💚 Studio DAC POST｜05. 채우는 쉼

2025. 9. 3.

05호.

2025.09.03.

❝ 쉼 ❞

비우는 채우는

💬 이번 호 이야기

#Thinking
일과 쉼이 만나는 경계에서
#Reading
① 취미로 하는 작업 (양종욱 배우)

② 좋은 레지던시, 나쁜 레지던시 (이홍도 극작가∙연출가)

③ 여름호 아우르기: 창작자들의 쉼에 대해 더 들여다보면

#Talking
① Studio DAC 공간 탄생 비하인드 2탄 (+온라인 공간투어 영상)
② 교육 프로그램 Rewind

🙂 Thinking

일과 쉼이 만나는 경계에서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Studio DAC POST가 8월 여름 휴가에서 돌아왔습니다🤸

지난 4호(7월)에서는 ‘비우는 쉼’을 통해 일상 속 여백을 만들고 새롭게 감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비워낸 자리는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멈추어 쉬는 것을 넘어, 우리의 열정이나 일과 연결되어 작업과 삶을 확장시키는 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더 깊이 탐구하고, 새로운 영감을 찾아 떠나는 과정 자체가 쉼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과를 생각하지 않고 느슨하게 시작한 시도들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고요. 때로는 다른 환경에서 작업에 깊이 몰입하거나 혹은 완전히 떨어져 나와 거리를 두는 경험 속에서 또 다른 에너지가 채워집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쉼의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 Reading 1

취미로 하는 작업

양종욱 배우

#배우의쉼 #50시간프로젝트 #신체훈련 #요가 #웨이트 #발레 #연습실 #오늘좋았어!

연극 학교에 다니던 시절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낼 궁리를 하다가, 학교 선배였던 손상규 배우와 함께 ‘50시간 프로젝트’를 고안했습니다. 주 5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총 50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적으로 매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6개의 주제를 가지고 총 6주간 진행되었습니다. 매 주의 주제는 각각 사진, 영화보기, 영화공부, 신체훈련, 극작, 영화 만들기 였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보기’ 주간에는 오전 10시에 모여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밤 10시까지 (당시는 DVD로) 영화를 보는 일만 하는 겁니다. ‘신체 훈련’ 주간에는 새벽 5시 30분에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해서 배우 훈련과 관련된 활동 뿐만 아니라 요가, 웨이트, 발레, 명상, 구기 종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중간에는 체력 보충을 위한 낮잠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런 걸 다 같이 모여서 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여러 가지 임시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험 속에서 창작과 관련된 연습이나 훈련을 ‘취미’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성과를 목표로 하지 않고, 대략적인 흥미만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가짐, 즐거움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아마추어리즘, 그리고 재미가 사라지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느슨함도요.

저는 작업이 없을 때도 연습실을 빌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저만을 위한 이런저런 ‘연습’을 만들거나, (공연할 계획이 없는) 퍼포먼스의 한 조각을 짜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냥 빈둥거릴 때도 많지만 꽤 흥미로운 발견이나 작지만 멋진 사유를 건지는 날에는 ‘오! 오늘 좋았어!’하고 기뻐하며 연습실을 나섭니다. 연습실에서 혼자 즐기는 취미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리고 이 시간을 쌓아 나가는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작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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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레지던시, 나쁜 레지던시

이홍도 극작가∙연출가

#극작가의쉼 #레지던시 #뮌헨 #여행과집필 #일중독자 #한량

올해 2월 10일에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으로 떠났고 최종귀국은 7월 1일이었으니, 2025년 상반기의 거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습니다. 괴테문화원과 바이에른주 국립극장 레지덴츠 테아터가 공동 주최한 국제극작가축제(Welt/Bühne Festival)에 참여하느라 매년 찾아갔던 도시였던 뮌헨이지만 몇 달씩 머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중략)

해외에서의 레지던시는 처음이다 보니 설렘과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곳 생활을 시작해보니 예상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당장의 신작 작업과 상주 극작가로서 행사를 해내느라 뮌헨 중심가 20분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지냈던 것입니다. 작업에 있어서 새로운 자극과 작가적 경험을 기대했었던 저의 머릿속에 줄곧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해외 레지던시란 과연 무엇인가.

모든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뮌헨 탈출을 감행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저 지냈습니다. 귀국까지 남는 3주 동안은 여행만 다니겠다는 다짐으로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리스의 미케네 섬에 있는 집필실에서 음악 틀어놓고 『상실의 시대』를 집필했다는데 어떻게 자발적으로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일본 소설가는 그리스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선 여행을 위해 돌아다니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제가 경험한 좋은 레지던시는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몰입/일-쏟아내기의 시간으로서 레지던시이고, 다른 하나는 휴가/쉼-채우기의 시간으로서 레지던시입니다. (작가생활을 하다 보니 어쩔 때는 일시적으로 일중독자가 되어 성취감 하나로 살아가다가, 또 어쩔 때는 그저 뻔뻔한 한량이 되어 지내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나쁜 레지던시는 전자도 후자도 되지 못하고 어중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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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ing 2

여름호 아우르기: 창작자들의 쉼에 대해 더 들여다보면

뜨거운 여름 시즌 뉴스레터와 함께 해준 창작자들의 쉼에 대해 더 들여다볼까요?
with 😊김수정 연출가 x 😉심완선 SF평론가 x 😎양종욱 배우 x 😗이홍도 극작가∙연출가

Q1. 창작자로서 쉴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수정 집중. 쉬기 위해서는 쉬기 위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완선 체력이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 체력에서 의욕 난다. 그리고 코어 근육이 튼튼해야 오래 앉아 있는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핵심적인 부분이죠. 그런데 체력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별로 안 하고 있어서… 곳간은 바닥났고 지금은 누워 있는 것으로 충당합니다.

😎양종욱 잘자고, 잘먹고, 좋은 몸과 마음의 컨디션 유지하기.

😗이홍도 작가는 언어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쉴 때는 비언어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대사를 비웠을 때 오히려 채워지는 장면이 있듯이, 침묵하는 휴식 가운데서 글쓰기는 다시 시작되곤 합니다. 침묵과 말대꾸라고 할까요. 말하자면 세상이 침묵하는 순간에 오히려 생각나는 말대꾸들로서의 희곡쓰기, 침묵 속에서 솟아나는 말대꾸들.

Q2. 휴식, 쉼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만의 장소가 있나요? 어디인가요?

😊김수정 태국 최남단의 외딴섬, 그리고 침대 이불 속

😉심완선 침대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포근하고 깨끗한 침대요. 기본적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혼자서는 잘 외출하지 않아요. 햇빛과 바람을 약같 곁들여서 혼자 조용히 누워 있을 때 정말로 행복해요. 정말 쉬는 시간이고요.

😎양종욱 시원한 맥주가 놓여 있는 어디든.

😗이홍도 제가 지내는 성북구의 공립 수영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여전히 뮌헨의 그 장소들을 그리워하게 되네요. 누보로망 양식인데 무슨 로마제국의 공중목욕탕 마냥, 박물관 안에서 수영하는 느낌을 주곤 했던 뮌헨의 공립 수영장이었습니다. 연습실에 하루 종일 있다보면 진이 빠지곤 했는데, 물속에선 언어가 전달되지 않으니 생기는 위안이 있었습니다. 독일어도, 영어도, 한국어도 없는 그 침묵의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 Talking

오픈 1주년🎉 Studio DAC 공간 탄생 비하인드
2탄. Studio DAC의 탄생

교육매니저 D 두산아트센터

#질문또질문 #나무가자라숲이돼 #초록 #라이브러리 #플로어 #제스모나이트
#소규모 #커뮤니티 #책모임 #워크숍 #또만나요

(지난 호에 이어) 두산아트센터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입니다😀
Studio DAC 공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 드리고 있는데요! 마침내 마주한 탄생의 순간을 되돌아보려 합니다.(웅장)

공간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곳을 채울 여러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떤 분위기라면 좋을까, 누구와 무엇을 할까, 이름은 뭐라고 붙일까. 두산아트센터 교육 사업의 가치와 철학을 새로운 공간으로 구체화, 실체화하는 과정은 이런 수많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졌어요.

수 개월의 리서치, 회의, 수정 끝에 Studio DAC는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습니다. 두산아트센터의 약자 ‘DAC’가 예술 작업실을 의미하는 ‘스튜디오’와 만나 Studio DAC(스튜디오 디에이씨라고 읽어요)라는 이름이 생겼어요. 메인 컬러는 초록이고요, 나무와 숲처럼 성장하고 확장하며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제 공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스튜디오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프런트는 스태프들이 상주하며 참여자 분들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곳입니다. 원목 타공판을 붙여 공간을 구분하게 했고, 목봉을 꽂아 옷이나 짐을 보관하는 락커의 역할로도 사용합니다. Studio DAC 한 살 생일에 참여자 분들께서 손 글씨로 남겨주신 따뜻한 축하 메시지들도 프런트의 타공판에 걸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공간은 라이브러리입니다. 독서와 표현의 공간으로 기획한 이곳은 한쪽 벽면을 다 채운 서재가 있고, 함께 읽고 싶은 흥미로운 주제의 책들을 선별하여 소개합니다. 바닥과는 약간의 단차를 두어 작은 무대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교육 프로그램의 메인 공간인 플로어입니다. 공간에 원래 있던 벽체 색깔을 살린 아이보리톤의 유선형 벽과 벤치가 들어서 있고, Studio DAC의 디자인 및 시공을 맡은 조각가 권용주 작가의 작품(제스모나이트를 캐스팅해 완성) 4점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플로어는 가장 넓고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원목 마루를 깔아 테이블 작업과 움직임 작업에 모두 용이합니다. 프로그램마다 책상, 의자 배치가 달라지고요, 유연한 배치를 위한 레이아웃 종류가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랍니다.

Studio DAC에서는 소규모 커뮤니티형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공연, 미술은 물론 문학 분야 창작자들과의 강의, 책 모임, 창작형 단기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도 이곳에서 진행합니다. 공연 제작 실습 워크숍, 희곡 쓰기 등 공연예술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지속하고 있고요, 시즌 별로 ‘두산인문극장’ 주제를 연결하거나, 계속 주목하고 있는 SF문학과 연결하는 컨텐츠도 만들어요.

전용 공간이 생기니 더 많은 프로그램으로 창작자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연간 일정도 미리 정하고, 프로그램도 일찌감치 기획해 준비를 합니다. Studio DAC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모여 생각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반기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Studio DAC에서 만날 프로그램들을 기대해주세요!

🎥 어서 와😀 여기는 처음이지?
두산아트센터 Studio DAC 온라인 공간 투어 (w/부업들)

Rewind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 13기 7.3-8.9
에어컨을 파워 냉방으로 틀어야 하는 날씨 속에서도 창작 워크숍의 열기는 뜨거웠어요. 매 회차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며 과제를 해내는 참여자들을 보며 감탄을 거듭했죠. 희곡 워크숍의 한 참여자는 희곡을 쓰며 머릿속으로 가상 캐스팅했던 배우가 발표회에서 실제로 낭독해서 놀랐다는 소감을 나눠주었습니다. 연기·연출 워크숍 참여자들은 그동안 배운 SF 연기·연출술을 사용하여 「깡총」과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 연출한 SF연극을 무대에 올렸어요. 연기·제작 워크숍 참여자들은 ‘살기 위해’라는 키워드로 만든 공동창작 연극을 선보였어요. 1인극부터 공동창작까지 고군분투했던 과정이 장면에 흔적처럼 새겨져 있어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답니다. 함께 보낸 이번 여름은 뜨겁고, 치열하고, 찬란했습니다🎇

Rewind

두산아트스쿨: 공연 8.11-8.14

설유진, 강보름, 이홍도,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모두 창작물의 형태는 다를지라도 경계를 넘나들며 더 넓은 극장, 더 넓은 마음, 더 너른 세상을 꿈꾼다는 점은 같았어요. 무대와 객석의 경계, 극장의 안과 밖, 장르의 경계, 마음에 그어진 수많은 경계. 이 모든 경계를 넘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하는 극장이 되겠지요. 강연을 모두 듣고 나니 ‘어디서든, 어떤 이야기로도 연극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객석에 앉아 있는 모두가 ‘연극은 이래야 한다’라며 나도 모르게 그어 놨던 선을 또 한 번 넘었다는 공통된 감각을 얻은 듯했어요. Space111에서 보낸 4일의 짧은 휴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채우는 쉼이 되었길 바라요🪑